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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

수강생 모집을 안 한지 오래되었습니다.

수강생 모집을 안 한지 오래되었습니다. 

 

2020년에 닥친 코로나,
그로부터 목숨을 부지하고 확산 방지에 협조하고자 기존에 하고 있던 수업만 방역지침에 따르며 겨우 마무리했습니다. 
한가해진 공방의 시설을 정비하고 여의도 매장의 일에 매진하며 지내던 중, 남동수 주니어가 생겼습니다.
소약하고 소중한 우리의 주니어를 코로나 팬데믹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수업 모집은 더 뒷전이 되었고, 어느덧 얼마전에 아이는 두돌이 되고, 때는 2024년이 되었네요.

공방에는 바리스타스킬 프로레벨 수업에 종종 쓰던 디센트라는 작은 에스프레소머신이 있었는데요, 고장이나서 새로 교체한 태블릿에 어플을 깔고 다시 연결하는 일을 부인의 도움을 받기 위해 디센트머신을 집에 잠시 가져왔다가 그만... 홈카페가 차려져버렸습니다. 집에서 쓸 디스트리뷰션 툴을 사고, 새로 나온 탬퍼를 사다 써보고, 내친김에 그라인더까지 바꾸고 집안의 가구도 이리저리 옮기는, 갈수록 미친짓을 하고 나니, 그 옛날 어느 날이 떠올랐습니다.

 



10년 전, 취미로 들어 본 바리스타 수업에 불현듯 흥미가 샘솟아 이태리 직구로 베제라 1구머신과 매저 그라인더를 질렀습니다. 그 무겁고 번쩍거리는 기계들을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 부엌에 늘어놓고, 하루에 한 두 잔 밖에 안 뽑으면서 열심히 기계를 예열하고 수동으로 백플러싱 청소도 열심히하며 두근거리던 그 때. 관두려면 그 때 관뒀어야 했는데...

 



그간 10년 동안 큰 성과는 없지만 직업적 커피인으로 살아와서 그런지, 부엌의 좁은 바에서 끙끙대며 10분만에 궁색하게 추출한 에스프레소의 맛은 홈카페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었습니다. 행복한 순간입니다. 

아.. 그래서 말입니다. 애도 어느정도 키우기도 했고, 10년 전 초심의 향기를 맡아버린 김에 수강생을 다시 모집해 볼까 합니다. 그런 얘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2024. 8. 10.